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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카테고리 없음 2006. 3. 22. 18:19
    저는 많은 세월을 투기운동으로 보냈던 사람입니다. 때문에 무술이라는 것을 싸움에 지지않는 것 정도로만 생각했던적이 많았고 무도를 강조하면서는 신체단련을 통한 정신적인 성장에 의미를 두기도 했습니다.
    흔히 나와 같은 나이의 사람을 두고 386세대라고 하더군요.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지금 젊은이들도 깜깜하기는 마찬가지가 아닌가 의심을 해 보기도 합니다.

    나는 2대째 무술을 해 오면서 흔히 중국무술 영화에서 보듯, 장풍과 같은 신비한 기술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생각을 가져온 것이 사실입니다. 인터넷도 없고 해외여행이 자유스럽지 못했던 시절에 도장에서 내가 보고 느낄 수 있었던 무술이라는 것은 상대를 적으로 생각하고 싸워서 이기는 것이 다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고,차고,던지고,꺽고,베는 것이 무술의 전부였고, 다른 말 하는 사람들을 비겁한 겁장이로 치부해 버렸습니다.

    그런 나에게 획기적인 사건은 일본에서 고바야시 선생을 만나면서 전환점을 가져왔습니다. 고바야시 선생은 경험이 많은 분이며, 일본 무술에 대한 정통한 지식을 가지고 계시면서도 항상 포근한 할아버지 같은 분이십니다.

    그분 밑에는 나이가 환갑이 된 선생들이 많습니다. 한번은 동경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고바야시 선생의 우치데시였던 하세가와 선생을 만났습니다. 하세가와 선생은 놀랍게도 10여년전부터 저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분의 지도를 받으면서 정말 놀란것이 많습니다. 글로 표현해 보아야 믿을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비디오로 찍으려 하자 '다메!' 라며 못 찍게 했습니다.

    영화에서나 나올만한 기술을 실제로 내가 경험하게 되자 나는 어쩌할 바를 모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망설여 지기도 했습니다. 한 친구가 쉽게 돈 잘버는 운동이나 할 것이지 뭐하러 힘들게 어려운 운동 쫏아다니는 지 모르겠다고 했던 친구의 말이 스쳐 지나가면서, 그래도 나는 운이 좋은 것 같다,라는 생각이 동시에 스쳐갔습니다.

    그래 해보자, 죽을때까지 못하면 다음세대라도 할 수있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무술을 직업으로 살아오면서 어린아이 위주의 도장을 해오다가 아이키도로 전환하고나서 성인전문 도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사실 어린아이들 도장을 할때는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성인을 위주로하는 지금보다는 쉬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면 어린아이들에 비해서 성인은 여러가지로 까다로운 것이 많습니다. 동정을 구걸하듯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면 선생으로서의 당당한 자질을 갖춘다는 것은 정말 힘든 것입니다.

    운동은 성격상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무도라는 것과 그 반대인 레크레이션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내가 국내에서 보아온 무술은 레크레이션에 가까운 무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자의 기분을 마추는 지도방식이 결국에는 제자 마음대로 행동하고 생각해 버립니다. 진짜 무도는 국내에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도장에서는 성인들이 빗자루질과 걸래질을 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이런 모습을 처음 보았다고 하는 타 지도자들이 많았습니다.

    내가 일본에서 경험한 진짜 무도 도장은 걸재질 하는 것 보다 10배,20배 경직된 도장 매너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무술을 스포츠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요즘 동네에 있는 헬스크럽에 가면 한달 3만원으로 손님 모시기 경쟁을 합니다, 시설도 대단합니다. 건강을 위해서 가는 곳이라면 싸고 시설 좋고 써비스 좋은 헬스크럽에 가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무술은 스포츠가 아닙니다.

    내가 만났던 달인중에 한명인 하세가와 선생은 환갑 나이에도 아침과 저녁에 꼭 시계를 보고 있는것 같이 훈련시간이 일정하고 철저 했습니다. 누구를 가르치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운동에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명함도 없습니다. 전화오는 것도 운동에 방해가 된다고 합니다. 일본에는 누군가의 추천이 없으면 만나기 어려운 도장이 많습니다. 한명이라도 더 찾아오게 선전하는 국내 무술도장과는 거리가 멉니다. 꼭 돈을 싫어하는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합기도(Aikido)는 달인을 만들어가는 가장 기본 조건을 갖추고 있는 무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발전을 하는 무술이 합기도(Aikido) 입니다. 만약 달인이 되기 위해서 평생을 노력했을때 나이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새로운 젊은 후배들에게 뒤쳐질 수 밖에 없다면 그 무술은 달인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되어 버릴 것입니다.

    대체로 무협지에 나오는 신비스런 기술들이 실제로 있었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진짜로 존재했고 열심히 하지 못한 새로운 세대에 의해 재현하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기술이라고 해도 믿기 어려워 할 것입니다.

    나는 일본에서 달인들을 만나면서 무협지의 신비세계를 사실로 받아 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동양의 신비스런 기술이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달인의 경지에 다다르는 사람들이 나오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이 있어야하는데 그것은 목숨을 바칠만한 각오가 없으면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더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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