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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 야스오 선생님카테고리 없음 2010. 8. 19. 17:21
1989년 타이페이 협회장의 소개로 처음 고바야시 선생을 만났을 때 나는 모든 무술이 다 똑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올라가는 길은 다르지만 산 정상은 똑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내가 만약 고바야시 선생을 못 만났더라면 지금의 내가 있었을까 자문해 본다.
고바야시 선생은 매우 친절하신 분이다. 내가 처음 고바야시 도장을 찾았을 때 나는 내 스스로 하얀 띠를 매고 배운다는 것에 용납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거의 도전에 가까운 행위를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었다. 수련 할 때에는 있는 힘을 다해서 파트너를 괴롭혔다.
하타야마 선생(7단) 앞에서 나는 발차기를 잘 한다고 위협하듯 발을 휘둘렀다. 만약 내 도장에서 그런 행동을 했다면 나는 분명 그를 다시 오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고바야시 선생은 세계본부에서 사범을 하시다가 독립하신 분이다. 대체로 선생이 되면 무언가 돋보이려 하기 때문에 현란한 기술을 위주로 보는 사람들을 매료 시키려하는 게 사실이다.
고바야시 선생의 옷깃을 잡았을 때에 나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공중으로 떳다. 어디를 잡거나 어떤 공격을 해도 선생은 인형을 가지고 놀듯 했고 그 인형이 나였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어이가 없었다. 선생을 만나기 전까지는 나는 내가 고수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것은 착각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진정한 고수를 만난 것이다.
고바야시 선생은 수준 높은 선생들이 보이는 신비스러운 기술을 위주로 수련하지 않고 언제나 기본기술에 충실했다. 그 이유는 모두가 쉽게 할 수 있는 일반적인 기술로 수련에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몰랐던 나는 좀 더 화려한 기술을 펼치는 선생들을 찾아다녔다. 최고로 화려한 기술을 펼치는 선생들을 만났을 때 나는 그동안 유명하다고 알려진 선생들이 결코 고바야시 선생보다 더 잘 한다거나 더 최고일 수 없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고바야시 선생은 진정한 프로이다. 항상 기본에 충실하지만 그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신다. 무에타이협회를 이끌고있던 내가 그때 고바야시 선생을 만나지 않았다면 합기도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바야시 선생은 나를 격투기에서 합기도로 다시 끌어내신 것이다.
선생은 항상 미소를 지으시고 계셨지만 매우 무서운 분이셨다. 나는 아직도 잃어버릴 수 없는 기억이 있다. 고바야시 선생이 몹시 화가 나서 나이가 50대가 넘은 회원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는 것을 보았다.(맞었던 분은 그 다음해에 숨졌다) 선생은 제자의 잘못을 단호하게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선생으로부터 배웠다.
그러한 선생이 한국에서 온 버릇없는 놈이 수련생들을 괴롭히고 예의 없이 행동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셨고 정말 돈이 없을 때는 항공료도 보내주시면서 나를 지금까지 이끌어 주셨다. 대만에서 처음 뵈었을 때가 1989년이었으니까 21년이란 세월이 되었다. 항상 변함없이 미소 지으시며 멀리 떨어진 제자의 변화를 지켜보시는 선생님에게 항상 부족하기만 한 제자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선생의 건강을 기원하는 것뿐이라서 못내 아쉽기만 하다.
#내일부터 다음주 화요일까지 해외 출장을 갑니다. 다녀와서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