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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아들의 군 입대를 바라보며좋은세상 2008. 7. 24. 13:55
지난 20일 일요일 저녁, 내일이면 군에 입대하는 둘째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년에 큰아들이 군대에 갈 때에는 어른스럽게 성장한 아들의 군 입대라서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었다, 혹시 군대에서 나쁜 놈을 만나서 사고나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훈련소에 들어가는 아들에게 절대 싸우지 말고 힘들어도 참아야 한다는 당부를 했었다. 그런데 이번 둘째 아들의 군 입대는 좀 달랐다.
놀기 좋아하고, 친구가 좋아 공부도 포기한 아이다. 나중에 커서 뭐가될까? 걱정이 되곤 했다. 친구들과 담배를 피우고 들어오는 날이면 몸에서 요상한 냄새가 나곤 한다. 담배 냄새를 싫어하는 엄마와 나에게 걸리지 않으려고 냄새를 없애는 별난 방법을 모두 동원한 것이다. 그러나 평소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는 금 새 알아차리곤 한마디 한다. 나중에는 아예 내가 없는 시간에 집에 들어와 샤워를 하고 칫솔질을 하곤 해서 완전히 냄새를 없애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와 머리싸움을 하곤 하는 녀석이다.
대학교도 가기 싫어하는 녀석에게 대학에 가면 놀기 좋고 친구도 많이 생긴다는 말에 솔깃하여 기대를 하는 듯 했다. 올해 초에 대학을 입학한 녀석은 학교에 가니 고등학교 때처럼 공부만 하더라는 푸념을 하더니 군대나 가야겠다고 나에게 얘기 한마디 없이 지원을 해 버린 것이다.
내일이면 훈련소 입대를 하는 아들 녀석에게 그동안 공부 안한다, 자기 방 정리 안한다, 태도가 나쁘다, 자기물건 간수 하지 않는다, 학교 결석했다고 혼내고, 때리고 하였던 모든 기억들이 웬 지 미안한 마음으로 스쳐지나갔다. 혼낸 것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잘되라고 하는 부모의 마음을 자식이 이해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폭행인 것이다.
나는 아들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전에 아빠가 혼내고 때리고 한 것을 서운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니?” 미안한 마음을 담아 물어 보았다. 녀석은 고개를 저의며 “아니요 아버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반응을 보이는 아들에게 나는 악수하듯 손을 잡고 “고맙다! 아빠가 너 사랑하는 거 알지!” 녀석은 잠자리에서 내일 입대를 걱정하면서도 아빠의 변화에 기분 좋아 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학교 가는 것에서부터 모든 행동에 부모의 결정에 의해 움직였지만 이제부터는 자신의 인생을 자기 스스로 결정해야 할 만큼 커버렸다. 나는 방임은 아니지만 철저히 자신이 선택한 것을 열심히 하라고 권유한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어렸을 때 태권도장 관장인 아버지에게 혼나는 것이 무서워서 태권도를 했던 나는 우리 아들들에게는 절대로 강제성을 띄지 않았다. 그래서 큰 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생명공학과를 입학했고 공부보다는 돈버는 쪽에 더 관심을 보이는 둘째 녀석은 전문대를 입학했는데 입학식이 있던 날에도 주변에 놀 곳을 먼저 찾는 눈치였다.
월요일 드디어 훈련소에 입소하는 날, 가족과 함께 입대하던 형과는 다르게 동생은 훈련소까지 여러 친구들이 따라왔다. 녀석은 가족과 대화하는 것 보다 친구들과 떠드는 것이 더 좋은가 보다. 훈련소 들어가는 아들을 지켜보며 눈물지었던 형 때와는 달리 이 녀석은 친구들과 훈련소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는 바람에 슬프고 자시고 할 여유도 없이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나는 연병장으로 나가는 아들을 끌어않아 주었다. 대견하기도 하였지만 아빠의 사랑을 확인 시켜 주고 싶었다.
사실 둘째 녀석의 군 입대는 걱정에 앞서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귀공자처럼 잘생긴? 외모덕분에 가족, 친지들에게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에게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 공부는 안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도 녀석의 살인미소에 실수를 해도 혼내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러니 물건에 대한 경각심도 없어서 MP3나 PSP를 사줘도 잃어버리거나 욕심을 부리는 친구들에게 줘 버리기 일쑤다. 이제 군대에 가면 자신에게 지급된 물건들을 스스로 지켜야 할 것이다. 부모가 가르쳐 줘야 할 책임을 군대에서 대신 해주는 것 같아 고맙기도 하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 녀석이라면 분명 군대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 다 올 것이 분명하다. 떠나면서 “걱정하지 마세요!” 하는데 군에 입대하는 아들을 둔 모든 부모가 같은 생각이겠지만 나 역시 다치는 곳 없이 무사히 돌아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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