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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검술이야기수련에 대한 소개글 2006. 10. 8. 16:26
칼로 덤비는 상대를 어떻게 제압할 수 있을까? 더 빠르게 차고, 더 빠르게 접근해서 메치고 꺽고 등등 여러 가지 가상을 해 보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뿐이다.
무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검에 대한 관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나 또한 어렸을 때 중국 무협영화를 보면서 영화에 나오는 검술을 따라하던 기억이 있다. 몇 년 전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가 나왔을 때는 톰크루즈가 영화속에서 배우는 검술이 무엇인지 일본에서 찾기도 했습니다. 영화 사무라이 픽션에 나온 처음 장면에서 빨간 장막에 그림자로 보여주는 검술은 일본 무형문화재인 가토리신토류 검술이다.
어려서 합기도를 배울 때 검술을 처음 접했는데 전쟁에 가기위해서 배우는 진짜검술이라고는 할 수 없고 그냥 검무(劍舞)라고 해서 칼춤과 같은 것이었다. 나중에 검도를 조금 배웠지만 검도 도장이 지금과 같이 많지 않을 때라 거리상 오래 다닐 수는 없었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서초동 삼호아파트 입구에 위치한 3층 도장에서 해동검법을 시작해서 초단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전국에 많은 도장이 생겼지만 그때는 하나 밖에 없었을 때였다.
어린시절 합기도에서 검술을 배울 때 중국 무협영화에서처럼 검을 앞뒤로 휘두르며 영화배우가 된 것 같은 재미를 느꼈는데,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도 해동검법을 통해 나름대로 재미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검술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대만에서 만난 이가라시 선생의 검술을 경험하면서부터였는데 옛 검술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일본의 검술을 배우면서 진정한 검술의 깊이를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와세다 대학에 유학을 갔던 이승혁군이 단련차 찾아갔던 도장이 북진일도류 검술 본부도장인 현무관이었습니다. 그곳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3단까지 수련한 그가 한일교류를 주선하고 한국에서 최초로 강습회를 열었는데 북진일도류 종가를 비롯해서 실력있는 여러 사범들이 함께 왔습니다.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합기도(Aikido) 강습회와는 달리 90명이 참여한 처음 강습회에 일본 측 지도자들이 당황했는데 이유는 한명의 선생이 한명을 가르치는 검술 전수의 특성상 몇 명이서 90명이나 되는 수련생들을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진통 끝에 북진일도류 한국지부가 생기게 되고 이번 21일에 6년차 강습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이모두가 이승혁군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승혁군은 외교관의 아들로서 부모와 함께 오랜 해외생활을 통해 영어와 일어가 완벽하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박사가 되어 캐나다에서 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하세가와 선생을 만났을 때이다. 하세가와 선생을 통해서 나는 옛 미야모도 무사시와 같은 인물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검을 들고 있는 나에게 자신을 베어보라고 했는데 나는 처음 장난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다가 진짜라는 것을 바로 알게 되었다. 손목과 몸통 어디를 베려고 아니 맞히려고 해도 성공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검을 상대하는 하세가와 선생의 몸놀림은 비상했고, 오히려 내가 베려고 하면 할수록 나의 몸은 여기저기 잘려 나갔습니다.(진짜 검이었다면) 지금 나의 검술은 이렇게 변해간 것이다.
처음 검술로 나를 놀라게 했던 이가라시 선생과 진짜검술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었던 하세가와 선생의 스승이 ‘스가와라’ 선생이다. 이가라시 선생을 볼 때 마다 검술을 가르쳐 달라는 부탁을 몇 년 동안이나 말없이 외면하던 이가라시 선생이 자신의 스승인 스가와라 선생에게 나를 추천하여 준 것이다. 대체로 조금 배웠다하면 잘난척하고 가르치려고만 하는 국내무술 환경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 일본 무술인 것 같다.
다음달 11월에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스가와라 선생의 가토리신도류 검술 강습회가 시작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강습회와는 다르게 스가와라 선생에게 입문하지 않은 사람은 참가할 수가 없는 좀 특이한 강습회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입문자는 총 30명으로 아무에게나 그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스가와라 선생은 70이 가까운 나이에 전광석화와 같은 빠른 움직임으로 목표물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베어들어 온다. 일본에서 수련할 때 나는 베어 들어오는 선생의 검을 막거나 피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검도나 검법과는 다른 것이다. 이것은 일본에서 6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일본 것이라고 외면하기에는 그 가치가 너무 크다. 욕심 같아서는 나 혼자만 수련하고 싶지만 나를 따르는 제자와 후배들의 실력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기에 선생을 소개하는 것도 나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합기도(Aikido)는 옛 검술에서 발전한 현대유술이다. 때문에 우리는 검술을 더욱 깊이 있는 정수를 배우기 위한 노력과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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