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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 먹으러 갑시다.”
    좋은세상 2010. 7. 23. 16:24

     <화의 합기도 책에 소개되어 있는 만화 한 페이지>

     

    10년 전인가?

    초췌하게 깡마른 만화가가 도장을 찾아 왔습니다. 이전에 검도를 했는데 아이키도가 자신에게 맞는 것 같아서 수련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후 ‘화의합기도’책 뒤편에 나의 자서전 적인 내용을 만화로 그려주기도 했습니다. 만화가들이 밤을 새워가며 일하는데도 박봉으로 먹고 살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그 당시는 나 자신도 힘들었던 시기라서 도움을 줄 수도 없었습니다. 한번은 만화가가 판매사원으로 회사에 들어갔는데 이백만 원짜리 공기정화기를 하나만 사주면 한 단계 진급을 해서 수입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다며 부탁을 해 왔습니다.

     

      그 때 정말 어려웠을때 였습니다. 한번은 모델같이 예쁜 여성회원이 점심을 사달라고 했는데 그 당시 돈이 없어서 점심은 파고다 공원 뒤에 천원만 내면 먹을 수 있는 국밥집에서 먹던 때였습니다. 파고다 공원에 놀러온 독거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식당입니다. 여성회원에게 "너는 먹기 힘들거다!" 했는데 믿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이 먹으면 저도 먹을 수 있어요!" 그래서 내가 평소에 먹던 국밥을 함께 먹었는데 그 회원은 그날 이후로 도장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같으면 맛있는 거 사줬을텐데...   

     

      만화가의 부탁을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영어학원을 차린다며 이백만원을 빌려갔던 친구에게 할부로 갚아도 되니 공기정화기로 대신 갚으라고 해서 그의 부탁을 들어 줄 수 있었습니다. 몇 일전 필리핀에 가있는 그로부터 이메일이 왔습니다. 내용을 조금만 소개하겠습니다.


    <전략>

    10년전,, 그때 좀더

    집중적으로 했으면 하는 마음도 남고,,,  선생님과 붕어빵을 먹던 기억도 많이 납니다,

    사실 저,, 그때 많이 굶었습니다..^^;;   이틀에 한끼정도 먹었지요.. 어쩌다 밥.. 주로 라면이었구요,,  그러니 기운이 있을 턱이 없었습니다,,

    집중할려도 붕어빵 안먹은 날은  배가 너무 고파서,,  한번 떨어지고 나면 별이 왔다 갔다 하고,,하하,,,   뭐 그전 부터도,, 몸은 많이 망가져 있었습니다만,,

     지금도 혼자서 종종 연습을 합니다,  제가 건강치 못해 충분히 배우지는 못했습니다만.

    역시 이리저리 생각해 보면,, 아이기도 만큼 아름다운 무도는 없는듯 합니다.   세상의 무도를 다 아는것도 아니지만,, 역시 그래도 생각하면 정말 좋군요,, <중략>

    지금은,, 밥세끼 먹습니다,,하하,, <생략>


    메일을 읽으며 눈가에 이슬이 맺혔습니다. 그때 좀 더 맛있는 것을 많이 사줄 걸! 그냥 초췌하다고만 생각했을 뿐 이틀씩이나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습니다.


      우리는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나야 할 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번 밖에 없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무도를 통해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무도는 과거와 미래를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이순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 삶과 죽음을 초월한 깨달음이 있을 뿐입니다.


      바로 그 때, 그 순간에 우리가 서둘러 깨달아야 하는 것은, 내 자신이 얼마나 주변과 의지하며 살아왔는가를 살피고 정말로 고마워해야 하는 것입니다. “밥 먹으러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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