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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도는 자신을 낮추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
    氣位 2009. 4. 24. 11:55

    무도는 자신을 낮추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


      몇 일전 한 관장으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무슨 일인가?" 질문에 그는 “기분이 좋아서 전화 했습니다.” “뭐가 그렇게 좋은가?” 물어 보았습니다. “이제 저에게도 선생님이 있다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많은 분들이 엽서와 글을 통해서“선생님 감사합니다!”하고 있는데 정작 내 자신은 선생의 자격이 있는지 아직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곤 합니다. 오늘은 선생의 필요성에 대해서 몇 자 적어 보겠습니다. 

     

     이전에 만난 합기도 관장에게 “누구에게 배웠습니까?” 라고 질문하자 “OO협회에서 배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물어보고자 했던 것은 어느 단체를 물어 본 것이 아니라 어떤 선생에게서 배웠냐고 물어 보았던 것입니다. 테니스와 같은 스포츠도 선생이 있습니다. 하물며 검을 휘두르는 무도(武道)에서 진심으로 고개 숙일만한 선생이 없다는 것은 가장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무도는 자신이 낮춰야할 사람에게 분명하고 확실하게 고개를 숙이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배우고 있다는 것은 자신을 낮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은 없고 협회만 알고 있는 지도자가 많습니다. 협회를 향해 고개 숙이는 제자는 없습니다. 그래서 선생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무술이 더욱 발전하려면 선생다운 선생이 많아야 하는 것입니다.   


      무도에서 단위(段位)가 올라 갈수록 기술적 정교함과 감각적 예민함이 그 선생의 질을 결정짓게 되는 것입니다. 단(段)은 7단 8단인데 실제는 초단보다 못한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8단은 많은데 실제로 도복을 입는 8단이 없습니다.

      초등학교 때 저의 소원은 최고 단을 가진 고수들의 진짜 실력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기술적 정교함과 자연스러움이 신비할 정도로 완벽하게 보여줄 수 있는 최고수의 실제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협회의 퀄리티는 실력도 없는 높은 단(段)을 많이 배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실력 있는 지도자를 많이 배출하는 것이고, 실력에 맞는 단을 수여하는 것입니다.

     

      우리단체가 타 단체에 비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5단과 사범 자격이 생기는 6단, 그리고 7단과 8단의 차이를 분명하게 판단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위가 각각 다른 선생들이 벌이는 강습회나 연무 또는 수련을 통해서 단위(段位)의 차이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만약에 사범의 자격이 주어지는 6단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면 또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비교 측정할 수 없다면 단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실력을 어느 정도 끌어올려야 할지도 모르게 되는 것입니다.

     

      동영상에서 7단이 펼치는 기술을 보면서 약간의 움직임에 거한들이 나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지난 2월 대한합기도회에서 실시하는 7단인 노(老)선생의 아이키도 강습회에 참가하여 한 갑이 넘은 선생에게 제대로 버텨보지도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경험을 한 후 몸살이 나서 3일 동안 병원에서 링거를 맞아야만 했습니다.  

     

      그는 이제야 7단이 어느 정도인지를 정확히 인식했습니다. 자신이 어느 정도인지를 모르면 고개를 숙이지 않습니다. 처음 글에서 전화로 선생이 생겨서 즐겁다고 했던 그 관장은 다시 수련생으로 돌아가서 자신을 낮추게 된 것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무도정신이 살아 있는 자라면 운명처럼 다가오는 그것을 주저 없이 받아들이는 자입니다. 나는 20년 전에 일본 합기도인 아이키도를 일주일 동안에 모두 섭렵해 버리겠다는 마음으로 출발했다가 평생을 모셔야 할 선생을 만나 고개를 숙이게 되었습니다. 

      이후 일본에서 기라성 같은 선생들을 만나면서 그들 모두가 하나같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달인은 달인을 압니다. 서로가 그 과정을 알기에 존중하는 것입니다.

     

     선생과 단 한번 훈련만으로도 피부가 종이조각 처럼 만신창이가 된 나의 발 모습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선생을 만난 내 마음은 너무도 기뻤다- 

     

       몇 년 전에 달인을 처음 만났을 때 위 사진이 보여주듯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훈련이 끝나고도 오장육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주체하지 못해 차안에서 피를 토하듯 오바이트를 했습니다. 그분은 살아있는 신과 같은 분이었습니다. 영원한 선생이고 그림자도 밟을 수 없는 분입니다.  

     

      무도정신이란 고매한 철학을 나열해 놓고 설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새롭게 다가오는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고개를 숙이듯 자세를 낮춰 성실함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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