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승부욕
    수련에 대한 소개글 2010. 4. 7. 17:37

     

       가끔 수련을 하면서 힘 싸움을 하는 회원들을 보곤 합니다. 싸우는 것은 인류가 시작되면서 생긴 것이므로 싸움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싸움이 승부욕을 자극해서 어떻게 해서든 이기려고 하다보니까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검도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검도는 한때 일본의 군국주의의 상징으로서  제2차 대전당시 승리국인 미군으로부터 검도 수련을 할 수 없도록 금지 당했던 무도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도가 심신수양의 도(道)로서 미국인들로부터 사랑받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 수많은 수련인구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심신수양의 무도를 전쟁에 이용한 것이 잘못이지 무도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오리혀 미국이나 유럽에서 일본의 검도를 IOC 올림픽에 넣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데 정작 당사국인 일본 검도인들은 올림픽 경기가 되는 것을 결사반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잘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검도시합을 보면 경기장에서 우승한 사람이 이겼다는 기쁨에 주먹을 높이 들어 보이거나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승리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드리면 그 자리에서 바로 실격을 당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상대에 대한 베려가 없다는 것입니다. 난도질 하듯 검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진검을 다루듯 단칼에 베어 들어가는 것도 상대에 대한 일종의 배려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판이 중요한 것입니다. 때문에 이겼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기뻐하거나 들뜬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검을 다루는 사람은 모든 것에서 내가 주체(主體)가 되어서는 안 되며 대상(對相)적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선물을 준비할 때에도 과분하게 나를 드러내 잘 보이려고 하는 마음을 피하고 오히려 조그마한 것으로 자신을 낮추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검을 쓰는 사람의  마음가짐인 것입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자신을 높이려합니다. 자신을 조금이라도 드러내려고 합니다. 선물을 줄때에도 큰 것으로 자신의 정성을 높게 보이려 합니다. 그것은 시합을 할 때에도 똑같이 나타나서 어떻게 해서든 승리하여 자신이 돋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일반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검을 든 사람의 마음은 반대입니다. 자신을 낮추며, 드러내지 않고, 작은 선물로 자신의 정성을 상대보다 높게 보이려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다시 시합을 할 때에도 승리를 하였지만 결코 자신이 잘났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IOC에서 펼치는 경기들를 봤을때 검도가 추구하는 정신과는 멀다는 것이 올림픽을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합기도(Aikido) 수련을 할 때에도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올바른 수련을 방해 할 때가 많습니다. 설사 힘으로 이겼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옳지 않았다는 것을 빨리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이겼다는 자만은 검을 다루는 사람의 마음상태가 아닙니다. 합기도의 정신은 바로 검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도가 추구하는 정신을 모르게 되면 합기도가 하나의 정통한 조직으로 탄생되었다 하더라도 자신을 드러내려는 자들로 인해 수도없이 나눠지게됩니다. 결국 그 조직은 발전보다는 퇴보하고 맙니다. 그것은 철학이 부재하거나 수양이 부족한데서 오는 결과이며 마음에서 부터 일어나는 승부욕이 결국 자신들의 기술적 진화를 막아버리고, 정신적 정통성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지난 월요일 사이언스 TV에서 합기도의 겸손함은 자신의 무술이 제일 강력하다고 드러내는 타 무술과 비교하여 우리가 최고라는 표현을 하지 않았습니다. 결코 그것을 자랑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합기도의 본질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투(鬪)는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이기려고 하는 쟁(爭)은 나쁜 것입니다. 합기도가 싸우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의 수양에만 정진할 뿐 남과 비교하며 경쟁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