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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혀있는 돌에 낀 이끼가 아름답다'
    氣位 2006. 3. 20. 18:30

    '박혀있는 돌에 낀 이끼가 아름답다'

    "고바야시 선생이 가르치는 기술만으로도 벅찹니다. 그거만이라도 완전히 하고 싶습니다"

    제 작년 준오누마 지도원 3단이 일주일간 다녀간 적이 있었다. 실력도 있었고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에게 나는 질문을 던졌다. "일본에는 유명한 선생들이 많이 있던데 다른 선생들에게도 다니면서 배우면 더 좋지 않으냐?"고 물어보았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나로서는 당연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태권도를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시작해서 80년도에 5단을 승단 했고, 문체부장관의 2급 경기지도자 자격을 소지하고 있으며 80년도 이전에 합기도 5단을 이후에 6단을 승단하고, 3급 사회체육지도자 자격을 받았던 경력과 함께 격투기 7단을 승단하고 국제격투기연맹과 대한무에타이협회를 사회단체를 만들고 이끌었었다. 누가 보아도 결코 외소한 경력은 아니다. 이것이 최고 지도자를 꿈꾸고있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우리주변에 각종 무술단체들이 우후죽순 존재하는 것이 그 증거일 것이다.
    처음 해외를 나갔을 때 세상에는 내가 생각지 못한 새로운 것들도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구르는 돌은 닳고닳아 모가 나지 않는다는 말은, 배움은 많은 경험에서 온다는 것으로 받아들인 적이 있었다. 그래서 뭐든지 경험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고 팔방미인이란 뭐든지 할 수 있는 훌륭한 인격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든 자신이 살아온 환경에 의해 다른 해석을 할 수 도 있겠지만, 좀더 강한 것을 찾아 해외를 오가며 쌓아온 나의 경력이 결코 단 한 명의 스승으로부터 인정받는 것보다 더 훌륭하다고는 생각지 않게 되었다.


    도장을 찾아올 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는 전문적인 테크닉을 배우려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 때문에 지도자로부터 기술을 다 익히고 나면 더 이상 가르칠게 없는 사범을 떠나 더 나은 곳을 찾는 것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또 나이 어린 지도자들이 나서서 싸우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정도가 고작인 도장일수록 성인이 없다. 여러 종목으로 유인도 해보지만 싸움은 어렸을 때나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있는 일반인들의 마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들은 성인들이 운동하지 않는 국내현실에 불만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가 성인이 오지 않는 이유가 자신들에게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이전 글에 어렵고 힘든 수련을 통해서 터득해야할 사실은 무술은 단순히 무술을 위한 무술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에 대해 굽히지 않고 봉사할 수 있는 부동의 일념을 확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내가 준오누마에게 던졌던 질문에 대해서 그의 답변은 단순하며 명확했다. "고바야시 선생이 가르치는 기술만으로도 벅찹니다. 그거만이라도 완전히 하고 싶습니다"
    고바야시 선생에게 근 20년을 배운 30대 수련생이 던진 이 한마디에 팔방미인이 되기 위해 이운동 저운동을 섭렵하려 뛰어다녔던 내가 부끄러워지지 않을 수 없었다.


    '박혀있는 돌에 낀 이끼가 아름답다'라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돌이 구르지 않으려면 정착할 수 있는 구덩이가 있어야 하고, 아름다운 이끼가 생길 때까지 옮겨다니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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