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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날이야기, 군 생활
    과거스토리 2010. 1. 8. 23:06

     <수색을 다녀와서 동기들과 함께 가운데가 저자>

     

      논산 훈련소에서 사격을 하는데 아무리 맞추려고 해도 표적을 벗어나고 있었다. 조교가 와서 엎드려있는 나를 군화발로 걷어찼다. “그것도 못 맞추나!” 사격장에 처음 갔을 때 지급받은 소총의 영점 조준이 전혀 맞혀있질 않았다. 전임자가 아마도 눈이 사팔이였던 모양이다. 아무튼 첫 사격 때는 조교의 군화 발에 많이 맞았다.

      이후 자대에 배치 받고나서는 모든 사격에서 특등사수가 되었다. 사격 때만 되면 특별휴가 받을 생각에 즐거웠다. 서울에 있는 부대로 자대 배치 받았을 때는 서울이 아닌 전방으로 가고 싶었다. 정치범을 다뤘다고 하는 범진사라는 보안사에 근무하고 있던 고등학교 친구에게 부탁을 했다. 최전방으로 가게 해 달라고 부탁하자 그 친구는 걱정하지 말라며 자기가 그렇게 해 주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나는 지금도 범진사나 보안대에서 근무했다고 말하는 사람들과는 절대 친구하지 않는다. 이유는 이렇다.

     

      고등학교 때 태권도 사범이었던 나를 모르는 동창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군 입대 했다고 하자 보안대 근무하던 친구가 부대로 전화를 한 것이다. 너 군대 입대 했을 때부터 줄곧 어디로 배치되나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반갑기도 하고 뭔가 도와줄 사람을 만난 것 같기도 해서 다른 부대로 바꿔 줄 수 있냐고 물었던 것이다.   

      병사였던 그 친구는 장교를 사칭하며 소령이었던 중대장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곤 이렇게 이야기 했다. “새로 배치 받은 윤이병! 정신 못 차린 것 같으니 교육 좀 잘 시키세요!” 나는 그날 반나절은 사수에게 몽둥이로 찜질을 당했고 반나절은 중대장에게 넉사발 나도록 맞았다. 밤에 화장실에서 팬티를 벗다가 핏자국이 딱정이가 되어 팬티에 붙어 살점에서 떨어지는 고통을 참았다. 그자국은 2달이 지나서도 엉덩이에 선명한 자국으로 남았고 내무검열에서 단장인 소장에게 걸리고 말았다.

     

      나는 군 입대와 함께 남들과 다른 단련을 받았다. 이후로 일병이 될 때까지 근 6개월 동안 군화가 달아서 너덜거릴 정도로 뛰어다녀야만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군 입대하기까지 내 몸이 무술로 단련이 안 되어 있었다면 정말 탈영하고 말았을 것이다.

     

     밤에 2시간씩 서는 근무자 명단을 사수가 작성하고 있었는데 제대를 앞둔 사수가 작성하던 것을 나에게 넘겼다. 부대원 명단을 병장부터 계급 순으로 써놓고 그 순서대로 근무자로 삽입했다. 그날 저녁 나는 온 내부반을 불려 다니며 병장들에게 두들겨 맞거나 얼차려를 받았다. 병장들은 근무에서 열외를 받고 있었는데 사수로부터 아무런 말을 듣지 못한 나는 병장들을 모두 근무자 명단에 넣고 말았다. 덕분에 이병들은 잠을 많이 잘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단련이 되어갔다. 자대 배치를 받는 날부터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전 글에서 쓴 바가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은 쓰지 않겠다.

     

     내가 군 생활을 할 때는 하루라도 맞지 않으면 밤에 잠이 오질 않았다. 자다가도 집합을 시켰으므로 불안하기 때문이다. 한번은 내부 반에서 집합을 했는데 고참들이 돌아가면서 주먹으로 가슴과 복부를 구타했다. 내가 맞을  차례가 되자 나는 복부에 잔뜩 힘을 줬다. 고참이 내 옆에 동료를 쳤을 때에 뒤로 쓰러졌기 때문에 나에게도 똑같은 강도로 펀치를 날렸다. 그런데 치던 주먹이 꺾였던 모양이다. 나는 복부에 힘을 주고 버텼다. 그리고 다음 옆에 있던 친구가 더 강하게 복부를 강타 당했다. 옆에 서있던 김정은 친구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고 앞으로 미라처럼 쓰러지면서 반대편 침상에 머리를 부딪치며 쓰러졌다. 친구는 머리가 찢어졌고 병원으로 이송해서 꿰맸다. 진단서에는 밤에 계단을 오르다 넘어져서 부딪쳤다고 적혀있었다. “아……. 미안하다 친구야……. 내가 힘을 빼고 그냥 쓰러졌어야 했는데…….”

     

     나는 다음날 친구를 다치게 했던 고참을 응징했다. 방위병 내부반에 나를 끌고 간 것은 고참이었지만 두들겨 팬 사람은 나였다. 사고를 친 것이다. 고참은 보고해서 나를 영창에 넣겠다고 큰 소리 쳤지만 전날 친구의 부상은 만약 내가 영창에 가면 고참들 대여섯 명은 함께 가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고참들은 보고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음날 내부반에 우리 동기들을 모두 집합시켰고 고참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돌아가면서 때릴 모양이다. 처음에는 엎드려서 야삽으로 맞았다. 또다시 주먹폭력, 나는 참을 수 없었다. 잘못 없이 군기 잡는답시고 두들겨 패는 고참들이 얄미웠고, 내가 사고 친 것 때문에 친구들이 함께 구타를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일어났다. 그리곤 내부반 문을 문짝이 떨어져라 발로차면서 나왔다. 그리곤 큰소리로 “모두 덤벼!”

    아무도 나에게 덤비는 자가 없었다. 그렇게 기세등등하게 패던 고참들이 내가 주먹을 불끈 쥐고 덤비라고 큰소리치자 한명도 내 앞으로 나오는 자가 없었다. 미친놈처럼 두려움을 잃어버린 내가 그들도 무서웠을 것이다. 아무도 나오지 않자 순간 나는 당황했다. 누군가 나와야 하는데 너무도 조용한 것이다.

     

     그날 고참들은 쫄병의 구테타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제대를 앞둔 병장들이 모두 나서서 나를 달랬고 나는 못 이기는 척 씩씩거렸다. 다음날부터 내부반에 구타가 없어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상병이 나를 주보로 불렀다. 고참이 라면을 사주면서 너무 잘해 주었다. 저녁 취침점호를 위해 내부반으로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나를 열외 시키고 집합을 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로도 고참들은 집합 때만 되면 나를 PX로 혹은 주보로 불렀다. 비겁한 고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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