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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부는 마음에서도 일어난다.
    品位 2010. 1. 26. 01:03

     

      모든 무술이 표현하고자 하는 궁극의 목적은 승부입니다. 그 승부를 위해서 부단히 자신과 싸우는 것입니다. 승부에도 단계가 있는데 가장 낮은 승부는 싸워서 이기는 것입니다. 때문에 적을 대하는 자세는 평상심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때의 평상심이라는 것은 평소 때와 같이 마음과 몸을 편안하게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적을 앞에 두고 아무렇지 않게 평소처럼 마음을 유지한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일반인은 불가능 한 것입니다. 하지만 무도 수련을 통해서 습득해야 하는 것은 자연스러움이라는 것을 그저 일반인들도 쉽게 할 수 있는 그런 편한 것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것, 힘들고, 눈에 보이지 않게 힘을 쓰고 있는 그렇지만 표시가 나지 않는 것, 쉽게 하는 것을 마다하고 더 힘들고 어렵게 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러한 것을 편하게 할 수 있을 때까지 아니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부자연스러움이 자연스러움을 앞지를 때까지 정진하는 것입니다.

     

      검을 겨눠보는 것만으로도 승부를 내는 것이 높은 단계의 승부입니다. 자세만 보아도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것, 흔히 빈틈이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앞서 얘기한 부자연스러움의 자연스러움을 능가하는 극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뛰어난 승부는 검 집에서 검을 뽑지 않고도 이기는 승부입니다. 그것은 적을 회피하는 것이나 도망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의 실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깊이가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코믹영화인 ‘사무라이픽션’에 나오는 장면에서 검을 뽑지 않고도 승부를 미리 가늠할 수있는 장면을 보면 좀 더 이해가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작년에 제주도 강습회에 갔다가 송은석 관장의 도장에서 낯이 익은 책을 한권 보았습니다. 타 무술을 지도하는 자가 만든 책이었습니다. 그 책을 보면서 쓴 웃음이 나왔는데 그자는 오래전에 내 도장에서 몇 개월 수련하고 갔던 자였습니다. 그가 나에게 찾아온 것은 내도장에서 수련하던 학생이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 그에게 서울에 있는 우리사부에게 당신은 상대도 안 된다는 건방진 말을 한 것입니다. 그러자 분을 참지 못했는지 그 사부가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서 찾아왔던 것입니다. 그런 것을 도장깨기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나서서 승부를 가릴만한 자는 아니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제일 잘하냐고 물었고 그는 다 잘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곤 제자리에서 발을 올려 옆차기 자세를 멋지게 보여주었습니다. 그 당시 나의 도장은 무에타이와 아이키도를 함께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는 아이키도와 무에타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호신술과 격투기가 있는데 어느 것을 해보고 싶냐하고 물었고 그는 어느 것이든 괜찮다고 하는 바람에 호신술부터 해 보기로 했습니다.

     

      호신술을 보여주기로 한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손목을 잡는 수련생의 복부를 앞차기로 차더니 깜짝 놀라 숙이는 수련생의 등짝을 뒤꿈치로 내리찍었습니다. 그 광경을 본 수련생들이 어이가 없어 했습니다. 그런 것이라면 격투기로 하자고 했고 옆에 있던 무에타이 선수를 붙였습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허벅지를 정통으로 맞은 그 빡빡머리는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문밖으로 도망을 갔고 무에타이 선수는 뒤를 쫓아가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3개월치 회비를 가져와서 아이키도와 무에타이를 배우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곤 매일 혼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힘을 빼야하는 아이키도 시간에는 격투기를 하듯 힘을 썼고 무에타이 시간에는 꼭 태극권을 하는 것처럼 흐느적거렸습니다. 몇 개월 수련을 해보던 그는 “이제 무술을 그만두겠습니다. 운동 소질이 없는 것을 이제 알았습니다.”그렇게 어느 것 하나도 승부를 내지 못하고 떠났던 자였습니다. 그리고는 취직을 하겠다던 그가 다시 찾아간 곳은 이전에 수련하던 곳이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나의 무술을 처음 접한 사람들에게 그는 아마 영웅이 되었을 것입니다. 승부는 마음속에서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때보다 훨씬 더 발전해 있는 나의 도장에 앞으로도 마음속 패배가 자리잡고 있을 그자는 자신을 낮춰 찾아오기란 앞으로도 어려울 것입니다. 비겁하게 피하지 않고 야비하게 하지 않아도 현명하게 이기는 방법은 많습니다. 상대의 실력을 인정하는 것도 승부에서 이기는 방법이고, 부인에게 져주는 남편이 더 행복해 지는 것은 승부를 잘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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