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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농공상
    品位 2010. 8. 19. 15:48

    (한 단체의 대표는 조직을 확대 시키는 것 보다 더 중요한 무도로써의 가치와 순수함을 지키는 일이다.)   

     

      오래전 일본은 무도의 테크닉으로 돈을 번다는 것을 수치로 여기던 시대가 있었다. 인격적 계급을 나타내는 ‘사농공상’이 라는 말은 장사꾼을 제일 낮게 보는 시각을 잘 드러내고 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그러한 시각은 가슴 깊은 곳에 살아있다.

      

      그것은 내가 일본에서 만났던 거의 모든 선생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받은 인상이다. 일본에 대다수 선생들은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도장(道場)은 말 그대로 도량을 닦는 수련장이다. 일과가 끝나면 도장에 모여서 땀을 흘리며 교검지애(交劍之愛)를 나누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던 한국의 무도는 교육적인 가치보다는 사업적인 것에 더 치우쳐져 있었다. 단증은 남발됐고 나이어린 20대 사범들이 깊이도 없는 테크닉을 가르치고 있다. 사업가가 협회장이 되고 중앙에서 하는 일은 고작 사범자격증으로 스승도 없는 선생을 만드는 일이 고작이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 자신을 사농공상의 가장 낮은 계급으로 추락시킨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완전히 다른 문화와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고대 우리나라의 선비문화와 일치한다. 배가 고파도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는 선비들의 정신은 일본의 사무라이의 정신과 다른 게 하나도 없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완전히 달라진 한국의 무도와 일본의 무도는 오랫동안 굳어버린 그 특성으로 인해 함께 어우러지는 것에 큰 난제를 가지고 있다. 위로는 협회장부터 아래로는 조교까지 교육적인 가치를 지키지 않고 돈벌이에 더 관심을 보이므로 해서 무도의 가치를 땅에 떨어뜨리고 있다. 도장은 마케팅으로 물들었고 심리전으로 학부모를 감동시키며 엔터테인먼트로 무도가 변했다. 앞으로도 이런 모습이 지속된다면 한국에 무도 도장이라는 곳은 잘 팔릴만한 물건을 가져다 놓은 상점처럼 각종테크닉을 모아 가르치는 종합무술장이 되어있을 것이다. 태권도와 합기도의 기술적 특성이 없어질 것이다. 그것은 다른 무술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게 된다.


      이제는 우리부터라도 무도의 가치를 올바로 인식하고 무도적인 측면에서 한 점 부끄럼 없이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취직이 어려워 도장이나 차리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무도를 발전시키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망치는데 나서서는 안 될 것이다. 무사는 돈버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사농공상의 의미를 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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