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손목잡기의 이해
    합기도 바로알기 2010. 10. 5. 22:41

     

     

     왜 손목을 잡고 합니까?

    합기도를 처음 시작하는 수련생들로 부터 위와 같은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 대답으로는 악당에게 손목을 잡혔을 때 처리하는 요령을 익히기 위해서 잡아주는 것이다.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한손을 잡히면 안 잡힌 손으로 공격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굳이 잡힌 손을 빼서 칠 필요도 없습니다. 발로도 공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일반 격투기를 수련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합기도 기술에서 손목을 잡으면 관절을 꺾거나 혹은 던지거나 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물론 또 크게 효과 있을 것 같지도 않게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할 수 있습니다.


      오래전에 합기도를 수련하면서 손목수 1수, 2수, 3수……하면서 치고 혹은 차고, 꺾고, 던지고 하면서 가르쳤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손목을 잡히면 이렇게…하는 식이었습니다. 사실 그렇게 배웠던 나로서는 그 이상의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에도 호신술! 하면 손목, 의복 등 잡혔을 때 단순히 상대를 제압하는 것, 그 이상의 깊이가 또 있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습니다.


      이전까지는 종합무술이라고 하는 합기도를 그저 이것저것 석어 놓은 짬뽕무술이라는 인식밖에는 가질 수 없었습니다. 격투기 시합에 출전 할 때에는 조금 더 강한 기술을 가진 킥복싱과 권투같은 투기에 치중 할 수밖에 없었고, 합기도 시합을 준비하면서도 태권도를 연습했고 잡는 것이 허용될 때는 유도를 연습하였습니다. 합기도만의 기술을 연습했던 기억이 없습니다. 

         

      일본에서 처음 합기도를 접했을 때는 손목을 잡은 상대를 빙글 빙글 돌리거나 꼼짝하지 못하게 통제하는 것을 보면서 격투기 챔피언이었던 내가 그 속의 깊이를 다 이해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연세 많으신 할아버지들이 재미있게 잘 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잡으면 주먹으로 아구창을 돌려버리고 붙잡으면 팔굽으로 턱 쪼가리를 날려버린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손목수, 의복수라는 것은 사범들이 수련시간을 때우기 위해 필요했던 요식행위 정도로 밖에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진짜 합기도(Aikido)는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주먹질이나 발길질을 연습하지 않습니다. 만약 주먹으로 상대의 턱을 가격할 수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발길질로 상대의 급소인 낭심을 차 버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합기도는 상대를 심하게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해도 그것보다는 덜 심한 방식을 선택하라고 합니다. 합기도를 ‘평화의 무술’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싸우지 않는 다는 것 때문에 합기도를 방어만 하는 무술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다는 것뿐이지 안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 때문에 공격기술을 일체 하지 않으면서도 합기도를 무술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좀 더 설명이 필요하지만 다음으로 넘기겠습니다. 기술적인 것을 이야기 하자면 손목을 왜 잡을까?


      호신술을 익히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면 실제 깊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답변이 됩니다. 합기도는 감각적 기술을 중시하고 있어서 그것을 익히기 위해 가장 쉽고 기본이 될 수 있는 수련방법이 손목을 잡는 것입니다. 만약 손목을 잡지 않고 감각적인 수련을 해야 한다고 하면 태극권처럼 해야 할 것입니다. 혼자서 하는 태극권과 다르게 합기도는 항상 상대가 있어야 합니다.  


      손목을 잡혔을 때 잡히지 않은 반대쪽 주먹으로 가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깔고 있습니다. 그런데 잡은 쪽에서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주먹이나 발길질을 할 수 있습니다. 합기도는 상대의 힘을 극복하고 통제하며 이용하고 무력하게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대가 손목을 잡으면 반대쪽 손과 발을 쓰지 못하게끔 통제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어렵습니다. 만약 손가락을 빧빧하게 힘을 넣고 상대 힘에 맞서려 하거나 이기려하면 오히려 상대의 2차 공격으로 상처를 입을 것입니다. 초심자는 전환과 회전이라는 보법을 이용하는 것부터 배우는데 그것은 상대의 공격의도를 회피하는 것부터 익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상대가 손목을 잡았을 때 전환으로 회피하기만 하게 되면 상대는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주먹이나 팔굽으로 측면에 서있는 나의 턱을 가격할 것이 뻔합니다. 때문에 전환은 기술의 단계를 올리기 위한 하나의 기본 일 뿐 기술의 완성이 아닌 것입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잡혀있는 쪽인 나는 반대 손으로 가격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잡힌 손이 상대의 턱을 향해 뻗히는데 순간적인 에너지에 상대는 손을 놓을 수가 없게 됩니다. 이때 잡힌 사람이 완력을 쓰게 되면 손목을 잡은 쪽은 완력이 의도하는 느낌을 곧바로 알게 되고 2차적인 반격을 가함으로서 위험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일반 태권도장에서 호신술로 가르치는 손목수와 다를 것이 없게 됩니다.


      턱을 향해 뻗으려는 힘과 잡으려는 손이 연결되면서 서로가 피할 수 없는 관계로 변합니다. 만약 잡았던 사람이 잡은 손에 힘을 빼거나 놓아버린다면 잡혔던 사람의 주먹이나 팔이 턱을 가격하게 될 것입니다. 잡힌 사람과 잡은 사람이 짧은 순간에 서로를 통제하듯 연결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전환하면서 몸을 돌릴 때에도 똑같이 전개가 됩니다. 전환은 상대가 타격하려는 목표을 공격할 수 없는 사각으로 돌리는 단순함에서 한단계 더 진화시켜 나의 중심으로 상대를 끌어들여 힘을 무력하게 만듭니다.


      결국 힘과 공격의도가 차단된 상대는 중심이 무너지고 잡힌 사람의 의도대로 무너지거나 무력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감각적인 훈련은 다른 어떠한 공격에 대해서도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연결 시켜 가는 것입니다. 선생의 손을 잡자마자 훌러덩 나자빠지는 모습을 본 일반인이 “나 원~참, 쇼를 한다, 쇼를 해~!” 라고 하는 것은 위와 같은 기술이 전개될 때에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될 정도로 신기하게 보이는데서 생기는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 저렇게 하지? 그냥 쳐버리면 될 것을!”  완전한 설명은 아니지만 내가 처음 가졌던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은 지금은 말끔히 해소가 되었습니다. 합기도가 타 무술과 다른 특별함이 있다면 그것은 기술을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 선택이 필요 없는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방식을 상대에게 가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안전하고 가급적 덜 심한 즉 위험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적의 팔을 어께에다 걸치고 당겨서 부러트리는 고전적인 기술을 좀 더 덜 심한 방식으로 몸을 돌려 쓰러트린다는 사방던지기와 주먹이나 팔굽으로 가격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쓰러트린다는 입신던지기는 합기도(Aikido) 기술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다시 정신을 잃지 않는 한 절대 상대를 다치게 하지 않는다는 합기도 정신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인류를 사랑하라는 창시자의 정신은 격투기와 같은 타 무술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합기도(Aikido)입니다. 이러한 합기도를 잘못 인식하게 되면 기존의 치고, 차는 단순한 투기 운동과 다를 것이 없게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합기도(Aikido)의 깊이는 쉽게 습득이 어렵습니다. 많은 선생들이 오랜 세월을 수련하면서도 부족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