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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도(武道)가 설자리
    品位 2010. 10. 12. 12:41

      어제 한 합기도 단체에서 무슨 대제전을 한다는 공문을 보내왔는데 열어보니 대련을 제외 시켰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합기도에서 시합을 안 한다? 아주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대다수인 합기도 대회장에서 지도자들은 구경만하고 애들이 나서서 싸우듯 경기하는 모습이 보기 흉하게 생각 될 때가 많았습니다.


      저는 어린이에게 무엇을 가르치든 건강하고 명랑하게 만들고 집중력과 함께 사회성을 갖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도자들과 고수들이 나서서 멋진 연무모습을 보이고 어린 수련생들은 그런 지도자의 모습에서 꿈이 생겨야 하는 것입니다. 대회장은 수련생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장소입니다.  


      무도가 상술로 발전하게 되면 무도의 가치와 스승의 권위는 없어집니다. 세상에는 기회를 잡는데 뛰어난 사람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요즘에는 태권도장에서 합기도를 가르치고 태권도 단증과 함께 합기도 단증을 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합기도 도장에서 태권도를 가르치고 합기도와 함께 태권도 단증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무도(武道)장에 상술이 판을 치게 되면 그런 기회를 놓칠세라 누군가는 분명 태권도 협회를 만들고, 검도 협회도 만들고, 합기도 협회도 만들게 됩니다. 태권도는 국기원을 모방하고 검도도 모방할 것입니다. 뿌리가 없는 합기도는 더 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한곳에서 태권도,검도,합기도 단증을 모두 발행해 주니 무척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쉽게 얻으려는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는 것은 즐거워해야 할 일입니다. 어떻게든 성공을 지향하는 무한경쟁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누군가는 욕을 하겠지만 그러한 환경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원인을 제공한 동시대 사람들 사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에 욕할 일도 아닙니다. 결국 수많은 협회가 창궐하는 이유는 위와 같이 쉽게 단증(상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자신이 고개를 숙일만한 선생을 찾아 배움을 청하는 것에서부터 무도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무도! 무도! 무도를 떠들고는 있는데 정작 선생을 모시거나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귀찮거나 싫습니다. 좀 더 편하게 접근 할 수 있는 것을 원하고 좀 더 쉽게 단증 받을 수 있는 곳을 원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도장과 협회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운동은 오감(五感)을 발전시키는 것이고 무도(武道)란 육감(六感)을 키우는 것입니다. 촉각, 시각, 미각, 청각, 후각이 오감(五感)이라면 무도는 하나를 더해서 영감(靈感)을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도란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위와 같이 기회주의자가 판을 치게 된다면 무도라는 것은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일어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상술만 남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아직 무도(武道)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가르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2010 베이징 컴뱃게임에서 시범보이는 프랑스 티시에 협회장 7단 / 한국대표로는 현용신 3단과 송명희 2단이 출전하였음. 촬영은 인솔자인 나덕현씨가 수고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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